제조업 국가에 불리한 획일적 규제보다 단위당 배출량 기준의 합리적․과학적 접근 필요
최근 국회에서 탄소감축 속도를 앞당기는 탄소중립 기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경제부처들마저 산업계 충격과 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필요하지만, 총량 중심의 획일적 규제가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를 희생시키고 글로벌 탄소배출 구조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국가별 탄소배출 총량은 단순 비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유럽연합은 상대적으로 소비 중심 경제구조와 높은 수입 의존도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중국·인도 등은 제조업과 수출산업 비중이 높다. 실제로 EU의 소비가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 중 상당 부분은 EU 역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소비는 선진국에서 이루어지지만, 생산과 배출은 제조업 국가에서 발생하는 구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경제 역시 제조업 기반 위에서 성장해 왔다. 철강·석유화학·자동차·반도체·정유·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수출과 일자리의 핵심 축이다. 감축목표를 정치적으로 앞당기는 것은 쉽지만, 기업이 실제 공정을 바꾸고 설비를 전환하며 저탄소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별 총배출량만을 기준으로 감축 책임을 부과하면, 생산국은 과도한 부담을 지고 소비국은 상대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감축 규제는 ‘얼마나 많이 배출했는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했는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같은 자동차 100만 대를 생산하더라도 차 1대당 배출량이 낮은 기업과 높은 기업은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같은 철강 생산량이라도 1톤당 탄소배출량, 같은 석유화학 제품이라도 제품 단위당 배출량, 같은 축산 규모라도 사육두수당 메탄 배출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총량 기준은 생산 규모가 큰 국가와 기업에 불리하지만, 단위당 배출량 기준은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총량 중심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업 강국의 생산 기반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탄소누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누출은 규제가 강한 국가의 기업이 생산비 부담을 피해 규제가 약한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그 결과 배출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배출량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당 제품을 해외에서 더 낮은 환경 기준으로 생산해 다시 수입한다면 세계 전체 배출량은 줄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기후정책의 성공이 아니라 통계상의 착시다.
한국과 같은 제조업 기반 국가는 탄소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더 과학적이다. 탄소감축법 개정 역시 이런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법률에 총량 감축목표를 경직적으로 박아 넣는 방식보다 산업별·품목별·공정별 단위당 배출량 기준을 세분화하고, 국제 비교가 가능한 탄소효율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생산 축소가 아니라 기술 개선을 통해 감축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책 수단도 처벌과 의무 중심에서 인센티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위당 배출량이 높은 분야에는 감축 기술 지원, 설비 전환 금융, 연구개발 세제지원, 저탄소 공정 인증, 국제 공동감축사업 등을 제공해야 한다. 반대로 이미 높은 탄소효율을 달성한 기업과 국가는 추가 규제보다 시장에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축 성과를 규제 준수 여부가 아니라 기술 혁신과 효율 개선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EU의 탄소국경세 역시 내재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비용을 조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참고할 부분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특정 산업이나 국가에 일률 적용 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동한다. 평균적인 부문별 배출량만으로 비용을 산정하면 제품별·기업별 기술 수준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좋은 탄소정책은 생산을 벌주는 정책이 아니라 더 깨끗하게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총량 중심의 천편일률적 규제는 제조업 국가를 불리하게 만들고,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며, 국내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 반면 단위당 배출량 중심의 규제는 기업 간 기술 경쟁을 촉진하고, 실제 감축효과가 큰 분야에 자원과 지원을 집중하게 만든다.
탄소중립은 산업기반 약화 방식이 아닌 산업의 효율과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탄소감축법 개정은 총량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산 구조, 수출 비중, 소비 기반, 기술 수준, 단위당 배출효율을 함께 반영하는 합리적 규제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더 똑똑한 규제다. 기후정책도 시장 원칙과 산업 현실 위에서 설계될 때 지속가능하다.
2026년 4월 27일
한 국 환 경 정 책 협 의 회
제조업 국가에 불리한 획일적 규제보다 단위당 배출량 기준의 합리적․과학적 접근 필요
최근 국회에서 탄소감축 속도를 앞당기는 탄소중립 기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 경제부처들마저 산업계 충격과 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필요하지만, 총량 중심의 획일적 규제가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를 희생시키고 글로벌 탄소배출 구조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국가별 탄소배출 총량은 단순 비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유럽연합은 상대적으로 소비 중심 경제구조와 높은 수입 의존도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중국·인도 등은 제조업과 수출산업 비중이 높다. 실제로 EU의 소비가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 중 상당 부분은 EU 역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소비는 선진국에서 이루어지지만, 생산과 배출은 제조업 국가에서 발생하는 구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경제 역시 제조업 기반 위에서 성장해 왔다. 철강·석유화학·자동차·반도체·정유·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수출과 일자리의 핵심 축이다. 감축목표를 정치적으로 앞당기는 것은 쉽지만, 기업이 실제 공정을 바꾸고 설비를 전환하며 저탄소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별 총배출량만을 기준으로 감축 책임을 부과하면, 생산국은 과도한 부담을 지고 소비국은 상대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감축 규제는 ‘얼마나 많이 배출했는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했는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같은 자동차 100만 대를 생산하더라도 차 1대당 배출량이 낮은 기업과 높은 기업은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같은 철강 생산량이라도 1톤당 탄소배출량, 같은 석유화학 제품이라도 제품 단위당 배출량, 같은 축산 규모라도 사육두수당 메탄 배출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총량 기준은 생산 규모가 큰 국가와 기업에 불리하지만, 단위당 배출량 기준은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총량 중심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업 강국의 생산 기반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탄소누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누출은 규제가 강한 국가의 기업이 생산비 부담을 피해 규제가 약한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그 결과 배출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배출량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당 제품을 해외에서 더 낮은 환경 기준으로 생산해 다시 수입한다면 세계 전체 배출량은 줄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기후정책의 성공이 아니라 통계상의 착시다.
한국과 같은 제조업 기반 국가는 탄소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더 과학적이다. 탄소감축법 개정 역시 이런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법률에 총량 감축목표를 경직적으로 박아 넣는 방식보다 산업별·품목별·공정별 단위당 배출량 기준을 세분화하고, 국제 비교가 가능한 탄소효율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생산 축소가 아니라 기술 개선을 통해 감축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책 수단도 처벌과 의무 중심에서 인센티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위당 배출량이 높은 분야에는 감축 기술 지원, 설비 전환 금융, 연구개발 세제지원, 저탄소 공정 인증, 국제 공동감축사업 등을 제공해야 한다. 반대로 이미 높은 탄소효율을 달성한 기업과 국가는 추가 규제보다 시장에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축 성과를 규제 준수 여부가 아니라 기술 혁신과 효율 개선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EU의 탄소국경세 역시 내재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비용을 조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참고할 부분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특정 산업이나 국가에 일률 적용 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동한다. 평균적인 부문별 배출량만으로 비용을 산정하면 제품별·기업별 기술 수준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좋은 탄소정책은 생산을 벌주는 정책이 아니라 더 깨끗하게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총량 중심의 천편일률적 규제는 제조업 국가를 불리하게 만들고,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며, 국내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 반면 단위당 배출량 중심의 규제는 기업 간 기술 경쟁을 촉진하고, 실제 감축효과가 큰 분야에 자원과 지원을 집중하게 만든다.
탄소중립은 산업기반 약화 방식이 아닌 산업의 효율과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탄소감축법 개정은 총량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산 구조, 수출 비중, 소비 기반, 기술 수준, 단위당 배출효율을 함께 반영하는 합리적 규제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더 똑똑한 규제다. 기후정책도 시장 원칙과 산업 현실 위에서 설계될 때 지속가능하다.
2026년 4월 27일
한 국 환 경 정 책 협 의 회